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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기랄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 중학교 선배 형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원두커피가 생소했던 시절. 당시는 급속추출방식이 아닌 핸드드립. 영업이 끝나고 선배와 손님으로 와 있던 선배 형의 일행과 밖으로 나왔는데 우산도 없는 귀갓길에 비가 내리다니. 이때 한 할머니가 종이에 적힌 주소를 들고 길을 물어본다. 아파트 이름과 동과 횟수가 적힌 종이. 손에는 보자기로 싼 짐이 들려있었다. 형들은 내게 가는 방향 쪽이니 할머니 좀 도와드리라 하고 헤어졌는데 비가 제법 내린다. 주소를 찾아 문을 두르리니 할머니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가 보인다. 반기지 않는 표정. 연락도 없이 오셨냐 묻더니 내가 건네준 할머니의 보따리짐을 받아 들더니 고맙다는 말을 하는 둥 마는 둥 문을 닫는다. 비가 내리는데 우산을 준..

카테고리 없음 2023.07.23

불효자는 웁니다.

나이 탓인가 눈물이 잦아졌다. 돌이켜보니 젊은 날에 어머니에게 뭐 하나 선물해 드린 게 없다. 고작 핑크색 여름티셔츠 하나. 캐나다에서 올 때 사드린 향수 한 병. 그러나 어머니는 쌩얼 미인이라 얼굴에는 그저 로션 바르는 게 끝 향수는 전혀 쓸 일이 없었는데... 60도 되기 전에 가셔서 미처 선물할 겨를이 없었다는 핑계도 형편없다. 지금 와서는 눈물 말고는 드릴 게 없다. 어머니 가신 날은 너무 슬퍼 울지도 못하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두고두고 가슴에 품은 눈물컵 쏟아질까 가슴 졸이며 산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23

기꺼이 하나님 앞으로

선교합창단 '아가페미션코랄'활동 시절. 볫남에서(베트남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맞는 발음이 아니기에 볫남으로 표기) 연주가 끝나고 현지 목사님이 교인들을 향해 무슨 말을 하니까. 여러 명의 청춘남녀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교사님의 해석에 따르면 그들은 오늘 교회 처음 나온 젊은이들. 또 목사님이 무슨 말을 하니까 그들이 차례로 앞으로 나간다. 알고 보니 내용은 이렇다. 목사님이 말씀하길 "한국에서 온 찬양단의 연주를 듣고 예수 믿기로 결단한 사람은 앞으로 나아오라 "했을 때 그들이 앞으로 나간 것이다. 그런데 볫남이 공산국가이다 보니 예수 믿는 사람들은 주민증에 종교 표기가 되고 진급 대상에도 낄 수 없고 공무원도 될 수 없고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양이 그들의 마음..

카테고리 없음 2023.07.23

예의 없는 것들

지나가던 차에 남녀 일행이 살짝 부딪혔는데 운전자가 내려서 사과하기는커녕. 가벼운 부딪힘이라 차량을 쳐다봤을 뿐인데 운전자가 내리더니 남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타격. 그런데 손에 금속소재무기 '너클'착용. 남자는 실명위기. 알고 보니 2년 차 신혼부부. 시민들의 합세로 운전자를 잡아서 경찰 조사결과 폭행을 한 운전자는 19세.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있나." 세상이 하도 흉흉하다 보니 별의별 어이없는 사건들의 연속. 올해 1월 수원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항상 주의해야 한다. 내가 팔을 뻗어서 상대가 닿을만한 거리를 벗어나서 상대가 접근할 때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더군다나 부인과 동행이라면 자칫 부인이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 부인을 자신의 등 뒤로 가게 하거나 뒤쪽으로 보내야..

카테고리 없음 2023.07.22

헛소리들 하지마라.

싸이더스 신우회, 예배 전 멤버들의 담소. 내용인즉 병들어도 믿음이 강하면 살고 낫지 못하고 죽은 자는 믿음이 부족한 거란다. 듣다 못한 내가 한소리 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럼 나의 어머니는 믿음이 부족해서 56세에 가신 겁니까?내 질책에 당황한 듯 급하게 변명들. 아니. 박감독 어머니는 또 다른 하나님 뜻인 거고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예전에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권사님이 교회 장로님께 암보험을 권유했는데 아마도 장로의 답이 자신은 믿음이 있어서 병이 안 걸린다고 했는지, 권사님의 답이 걸작이었다. 장로님~ 장로님 믿음은 좋은데요. 옥한음 목사님도 폐암으로 가셨잖아요사람의 생사는 운명이다. 거기에 믿음의 잣대를 왜 들이대는가? 새벽기도 다녀온던 목회자가 강도에게 철퇴를 맞고 죽은 사건도 ..

카테고리 없음 2023.07.21

노란 자전거 2_단편

찬우가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난 후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며 중얼거린다. 찬우 : 형. 이리 와~ 같이 게임하자. 마치 형이 살아있는 것처럼 혼자 중얼거린다. 과일을 주러 들어온 찬우의 엄마가 찬우의 모습을 보고 끌어안는다. 엄마: 찬우야. 이제 형 없어. 알았지? 포도 먹어봐. 맛있어. 찬우를 쓰다듬어주고 나가는 엄마.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흐느낀다. 게임을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찬우 찬우 : 형~살아있지? 형 내 가슴속에 살아있잖아? 그렇지? 찬우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포도처럼 주렁주렁 맺혀있다. _계속

카테고리 없음 2023.07.21

순복음? 순사기?

친구가 순복음 전도사 시절 있었던 일이다. 담임목사가 전도사들을 부르더니 봉투를 나눠줬다. 각자 자신이 가진 믿음의 분량대로 나눠준 봉투에 헌금을 하라는 것이다. 당시 친구의 급여는 80만 원 정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삶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라 친구는 3만 원을 봉투에 넣었다. 다음 주 담임목사는 금액이 적힌 명단을 가지고 전도사들을 부른다. 현실에서 낸 헌금은 천국에서 곱절의 축복이 있으리니 누구는 얼마를 받겠고 누구는 얼마를. 그리고 노전도사는 3만 원을 냈으니 천국에서 6만 원의 축복이 있을 거라며 내 친구에게 망신을 줬다. 그 후 친구는 독립교단으로 떠났다. 지금은 심장마비로 고인이 됐으니 6만 원의 축복은 받았으려나. 문득 그런 설교가 떠올랐다. "이승에서 헌금 많이 내면 천국에서 기..

카테고리 없음 2023.07.20

노란자전거 1_단편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 중인 찬우 제법 연주 실력이 좋다. 교습소 원장 혜정이 아이들을 살펴가며 지도하고 있다. 한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데려간다. 아이 : 엄마~ 아이의 엄마가 혜정과 대화 중이다. 아이엄마 : 늦어서 죄송해요. 아까 이체했어요 아이 : 엄마. 형은? 아이엄마: 학교에서 왔으니까 싸우지 말고 이때 집에 가려고 신발을 신은 찬우가 끼어든다. 찬우: 저도 형 있어요. 아이엄마 : 그렇구나. 형은 몇 살이야? 찬우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찬우: 우리 형 이번에 대학생 됐어요 원장 혜정이 찬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혜정 : 찬우야 조심히 들어가 집으로 가는 찬우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혜정의 표정이 슬프다. 찬우의 형은 세월호 침몰로 죽은 지 1년이 지났다. ㅡ계속

카테고리 없음 2023.07.19

헤어스타일

말 섞은 적 없고 관계형성도 안 된 사이에는 말 한 번 잘 못 건네었다가 큰일이 날 수 있다 한 번은 항상 숏컷의 헤어스타일을 한 여자목사께 아침인사로 처음 말을 건넸다. 목사님 헤어가 아톰 같네요웃으면서 건넨 인사지만 듣는 이는 아마도 기분이 좋지 않았나 보다. 나중에 들려온 소리는, 기분이 너무 상해서 윗선에 얘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농담이라도 상대에게 실례가 됐다면 명백한 내 잘못이다. 내 딴에는 스마트하고 멋지다는 의미였는데 듣는 이에게 기분 나쁜 상황으로 꼬여버렸다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곤란했다. 그랬다가는 내게 말을 전달해 준 사람에게 피해가 가기 십상이다.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이고 악의가 없는 인사일 텐데 웃으며 받아주기는 싫었나 보다. 다짐했다. 목사들에게 말 조심해야지. 목숨 ..

카테고리 없음 2023.07.19

계급사회

교회에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그렇지. 한번 볼까? 돈 있으면 장로 돈 없으면 안수집사야. 장로ㆍ권사 자리를 놓고 돈을 내라고 목사들이 전화를 하는 데가 많아. 가톨릭의 면죄부 거래와 뭐가 다를까? 만나교회 김병삼목사는 '도네이션'이라고 생각하라는데 그건 하나님 앞에서 헛소리지. 그리고 은근히 반말투에 목에 깁스하고 아마도 신학교 커리큘럼에 '반말학개론'이나 '헌금징수론'이 있는 게 분명해.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목사들은 그렇게 돈에 안달이 나서 돈타령에 나이만 조금 먹었다 싶으면 하나같이 상대방 나이 상관없이 말이 짧을까 생각해 봐. 하나님과 소통하는 목사? 그런 건 없지. 자기 성질 있는 그대로 오만방자하게 사는데. 좋으신 분들도 있다고? 그건 사이즈 작은 교회 목사들이겠지. 큰 교회 목사..

카테고리 없음 202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