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
중학교 선배 형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원두커피가 생소했던 시절.
당시는 급속추출방식이 아닌 핸드드립.
영업이 끝나고 선배와 손님으로 와 있던
선배 형의 일행과 밖으로 나왔는데
우산도 없는 귀갓길에 비가 내리다니.
이때 한 할머니가 종이에 적힌 주소를
들고 길을 물어본다. 아파트 이름과
동과 횟수가 적힌 종이.
손에는 보자기로 싼 짐이 들려있었다.
형들은 내게 가는 방향 쪽이니
할머니 좀 도와드리라 하고 헤어졌는데
비가 제법 내린다. 주소를 찾아 문을
두르리니 할머니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가
보인다. 반기지 않는 표정.
연락도 없이 오셨냐 묻더니 내가 건네준
할머니의 보따리짐을 받아 들더니
고맙다는 말을 하는 둥 마는 둥 문을 닫는다.
비가 내리는데 우산을 준 것도 아니고
젖은 내 모습을 보고 수건을 준 것도 아니다.
내 딴에는 좋은 일이라고 도와드린 건데
결국 비 내리는 늦은 밤 비를 쫄딱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중국어에는 '샤오관셴스(少管閑事)'라는 말이 있다.
이는 "쓸데 없이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의 이런 사상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