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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사라지면

폐결핵이 끝나고 다시 신장내과.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아버지의 한쪽 신장은 기능을 상실했다는 의사의 말 아버지와 나는 어려서부터 관계형성이 원만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 문득 직장암에 걸렸을 때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던 아버지의 눈빛이 생각난다. 사실 나는 아버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아버지 상도 아니지만 이 나이에 부자지간을 부인할 수도 없고 아버지의 육신은 이미 마감을 앞두고 있다. 거무튀튀해진 미간, 평생 권투시합을 즐겨보더니 죽어가는 나이에도 하루종일 격투기를 시청하는 것도 진저리가 난다. 평생에 취미하나 갖지 못한 인생 평화롭지 않은 정신상태. 분노조절장애 아내를 일찍 잃고 오래도록 홀아비로 사는 외로움은 눈으로는 보지만 그 심경은 내가 짐작만 할 뿐 본인만큼은 아닐 것이다. 아버지가 ..

카테고리 없음 2023.08.09

엄마와 아들

오래전 어머니 살아계실 때의 일화. 동대문역 환승통로를 어떤 여자가 자기의 아들 손을 잡고 빠르게 걷고 있다. 아이는 힘겹게 공중에 발이 뜨듯 따라가고 여자는 아이에게 빨리 걸으라고 질책을 한다. 이때 나의 어머니가 아이의 엄마에게 한마디를 쏘아붙인다.아이가 다리 컴퍼스가 다른데 어떻게 엄마 속도를 따라가요? 엄마가 아이 속도에 맞춰야지백번을 되새겨도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요즘은 애나 어른이나 휴대폰에 눈을 붙이고 사느라 장님처럼 다닌다. 거기다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휴대폰 보느라 신호등도 못 보고 건너는 일허다하고 이어폰을 꽂고 있으니 클락션 소리도 못 듣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차에 치어 죽는 사례가 세계 어디서나 흔하게 벌어진다. 지하철 승강장 홈이 넓은 경우 아이들의 발이 빠지는 사고가 잦다는 뉴..

카테고리 없음 2023.08.09

금쪽같은 싸가지

예전인들 문제아가 없었을까 상담심리학이 생긴 후 여러 유형으로 나뉘지만 버릇없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나는 아이들의 유전자를 탓하고 싶다. 초중고에 예술강사로 나가던 시기 아이들의 얼굴에 아이들의 성격도 학업 수준도 지적 수준도 다 드러난다. 예를 들어 앞에서 셋째 줄 정도에 앉은 아이들은 아침 수업이 졸려도 눈을 비비면서까지 뭐 하나라도 배우겠다는 자세가 뚜렷하다. 당연히 반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지키는 아이들. 잔인한 얘기겠지만 생김새부터 다르다 똘똘한 아이의 부모가 문제 부모인 경우는 희박하다. 회초리가 사라진 시대. 서구 사회에도 회초리가 있었고 중세 귀족가정에는 회초리가 사이즈별로 있었다. 아이의 오만방자함을 받아주기만 하는 게 부모의 올바른 태도일까? 어린 날 어머니 몫으로 챙겨놓은 과일을 먹었..

카테고리 없음 2023.08.08

등잔 밑

해외선교?를 빙자한 해외여행? 나는 해외선교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국내에 14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 없이 한여름 40도가 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많은 노인들이 비참한 하루를 끌어안고 산다.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이라 에어컨을 틀어도 찬바람이 나오지 않는다. 여름과 겨울은 혹독하다. 실내온도가 40도까지 치솟아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은혜로운 근무환경. 17명의 재단 이사가 있고 총회장이하 여러 직책의 분들이 계셔도 우리는 무인도에 산다. 은혜와 사랑이 미치지 않는 불모지 크리에이터로 살던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휴가라도 있으면 떠나고 싶지만 휴가는 따로 없다. 물론 이렇게 쉬는 날 없는 시스템을 만든 건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신 목사와 장로들이다. 조금이라도 대접받는 기분이 안 들..

카테고리 없음 2023.08.08

오만과 편견

합천댐 IBS고무보트천투씬 촬영 소품으로 쓸 보트에 UDT SEAL 글씨. 극 중 해군특수전 여단의 보트이기에 미술팀이 글씨를 붙여놓은 것. 그런데 보아하니 UDT와 SEAL 사이에 슬래시가 빠졌다. 여자 미술팀원에게 말했더니 하는 말. 자기 친구가 UDT라 잘 아는데 UDT와 SEAL이 한 팀이라 슬래시가 없는 게 맞단다. 가끔 보면 사람들은 자신을 과신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그래? 그 친구한테 확인해 봐. 네이버 검색해 보든지절대 자신은 틀릴 리 없다는 표정으로 폰을 들여다보는가 싶더니 곧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있잖아. 유디티 하고 씰 그 사이에 슬래시 들어가? 안 들어가?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다른 팀원을 부른다.슬래시가 있어야 되네 글씨 간격 조금 ..

카테고리 없음 2023.08.07

프랑스 처컬릿3 (최종회)

시간이 지나고 토요일. 아침부터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토요일에 아이를 보러 간다고 했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라 하천 체육시설에도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주가 지나 토요일이 되었다. 혹시라도 아이를 만나면 주려고 빵이랑 음료를 사고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프랑스처컬릿 세트를 챙겼다. 하천 트랙에 아이들이 노는 게 보였다. 여자 친구가 먼저 아이를 발견했다. 다가가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는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아저씨. 오셨네요?지난주에 비가 와서 못 왔어전 비가 와도 왔었어요진짜? 비오는데 왜 나왔어? 아저씨가 미안하구나 아빠는?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저었다. 아이를 데리고 벤치에 앉았다.이거 먹어봐. 프랑스 초콜릿이야 빵도 먹고아이는 신기한 듯 물었다.프랑스 초..

카테고리 없음 2023.08.06

프랑스 처컬릿 2

아이를 보듬어 주고 돗자리 있는 곳으로 올라왔다. 돗자리를 걷고 돌아서는데 기다리고 있던 여친이 아이를 보더 내게 말한다. 어떡해? 쟤, 우네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눈물을 연신 닦으며 울고 있었다. 아빠가 많이 보고 싶고 사랑과 정에 굶주린 아이. 덩달아 울컥했다.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달래주며 물었다. 여기 자주 오니?아이가 대답했다. 토요일마다 와요그래? 그럼 다음 주 토요일에 여기서 만날까?아이는 눈물을 멈추고 내게 물었다.정말요?그럼~ 아. 그리고 자전거 꼭 원래 있던 곳에 갖다 놓고알겠다고 끄덕이는 아이를 토닥여주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는 눈에서 멀어질 때까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이는 여전히 찔끔찔끔 울고 있었다. _계속 .

카테고리 없음 2023.08.05

프랑스 처컬릿1

오래전 토요일. 계절은 가을이었다. 바람이 좋아 의정부 회룡천에 나가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었다. 아래쪽 트랙에서는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그 옆에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인라인을 타는 아이를 보고 이런저런 간섭을 하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서로 모르는 사이. 인라인을 타는 아이 옆에는 아이의 엄마가 있었고 말을 거는 아이 옆에는 자전거가 보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자전거가 아이하고는 어울리지 않았다. 한쪽에는 인라인을 잘 타는 아이들이 있었다. 간섭하는 아이가 인라인을 타는 꼬마에게 말했다.야. 저기 잘 타는 사람들을 따라서 해봐 그럼 너도 실력이 늘 거야내가 보기에 아이는 인라인을 타는 아이를 부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물었다.넌 이름이 뭐야? 인라인 안 타니?저는 김현배예요 저는 인라인 스케..

카테고리 없음 202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