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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

한국의 식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시끄러운 TV소리 주제도 없이 들리는 천편일률의 가요소리. 이 땅 어디에도 조용한 식당은 드물다. 이 문제는 커피숍도 마찬가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음악이 존재하려면 인테리어의 분위기에 맞춰서 장르를 설정하고 들릴 듯 말 듯 이게 세련되겠다. 어디를 가도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싼티가 넘치는 나라. 평생 맛있다고 느낀 집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 인공조미료의 맛이 싫고 솜씨 없음에 TV에 나오는 그 많은 요리사들은 왜 식당을 안 하는 건지 의문이다. 물론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맛이 있을지 모르지. 그러나 그런 곳은 대부분 한식이 아니다. 특히 한식이 촌스러운 건 번잡한 구성에 있다. 한 접시에 조금씩 담아도 될 반찬을 각각 작은 접시에 담다 보니 서구의 식탁에..

카테고리 없음 2023.07.08

순교자 이기풍 목사

우리나라 최초 외지 선교사 제주 선교의 아버지' 이기풍 목사 (1865년 12월 23일 평양에서 출생) 청년시절 마포삼열 선교사의 턱을 돌로 쳐서 피를 흘리게 한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선교활동을 몹시 방해하던 혈기방장한 사나운 청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예수님이 환상으로 나타나서, "기풍아, 기풍아! 왜 나를 핍박하느냐? 너는 나의 복음의 증인이 될 사람이다."라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놀란 이기풍은 끈질긴 전도를 하던 스왈른 목사를 찾아가서 고백하고 1894년 마침내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 1888년부터 1901년까지 스스로 성경을 들고 기독교가 척박한 함경북도를 순회하면서 복음을 전파했다. 이런 모습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던 마펫은 이기풍에게 신학교에 입학할 것을 권유, 1901년 ..

카테고리 없음 2023.07.08

魂神

연극 '라스트 세션'에 출연 중인 연기자 신구.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그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만의 독특한 경지가 있다. 최근 방송을 보니 많이 늙으셨다. 최근 공연 중 심부전증이 와서 병원을 가야 되는 상황에서도 관객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다고 병원 가기를 미루고 공연을 강행. 이후 심장박동조절기를 차고 공연 중이라고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무대에 오르는 노배우의 열정. 순간 무대에서 연주하다 연주를 마치고 그대로 생을 마감한 드러머 '아트블래키'가 떠오른다. 86세의 나이에도 생명이 남아있는 동안 새로운 작품을 두고 "할 수 있어"와 "할 수 있을까?"를 끝없이 고민한다는 그의 말은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그가 말했다. 심장 박동조절기 수명이 8년이라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 이후엔..

카테고리 없음 2023.07.08

감람산 기도원

어머니가 병원 측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1998년 6월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감람산 기도원에서 죽기 전까지 오직 십자가 붙들고 기도하던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비 오는데 갑자기 왔어?어머니가 대답했다. 나. 시한부라니까 기도원에서 나가래.하필이면 비가 내리는 데 쫓아내다니 건강하지 않으면 기도원에도 가면 안 되는 세상. 죽는 순간까지 하나님 붙들고 싶어도 집에서 매달려야 되는 세상. 기도원에서 죽으면 기도원 손님 떨어질까 봐 그러는 니들 마음은 충분히 알겠다. 하기사 예전에 감람산 원장이 담임목사의 친구라고 전교인 여름수련회 강사로 와서 약장수처럼 마이크에 에코 잔뜩 넣고 진행, 아이들 울고 불고 결국 간담회 때 담임목사 김상렬 욕 바가지로 먹었지. 담임 목사도 훗날 돈타령 설교만 하다 그만두라..

카테고리 없음 2023.07.07

저는 권사님이에요.

선교합창단 활동 시절 어느 날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지하철 안에서 악보를 보고 있는데 옆자리 여자 셋이 큰소리로 시끄럽게 대화중이다. 조금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는 사이 두 명이 내리고 남은 한 명이 내 악보를 보더니 말했다.어머. 죄송해요. 목사님이신가 봐요?목사 아닙니다 목사라니. 모욕도 이런 모욕이 없다. 교수님이신가 봐요? 아닙니다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권사님이에요 스스로 자신의 호칭에 '님'을 붙이다니,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제발 그 입 좀 닥치고 조용히 해주세요

카테고리 없음 2023.07.07

수구와 보수

보수니 진보니 허구한 날 싸우는 나라 군사문화가 아직도 지배적인 나라 지나치게 우경화로 쏠려있는 나라 언젠가 서울장로성가단의 한 장로가 다른 장로들과 대화하는 말을 들었는데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북한의 주민들이 굶어 죽든 말든, 그건 우리와 상관없고 이제 우리는 그들과 결이 다르니 북한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자는 것. 아마도 북한의 동포들을 위해 한 번도 기도한 적은 없는 사람이겠다. 하기사 아직도 광주학살이 북한군의 소행으로 믿는 얼간이들이 있으니 그들과 말은 섞기도 싫다 보수의 가치란 무엇인가?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것그것이 보수의 첫 번째 가치이다. 보수는 나쁜 말이 아니라 그 의미가 왜곡됐다 그러나 지금 보수주의자로 자칭하는 이들은 오히려 공동체를 중시하면 오히려..

카테고리 없음 2023.07.06

빨갱이

언젠가 목사인지 장로인지 내 휴대폰 케이스에 붙은 세월호 노란 리본 스티커를 보고 대뜸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거 빨갱이구만. 노란 리본의 의미는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병사들의 조속한 무사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노란 리본을 나무에 묶어 놓고 기다린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밑도 끝도 없이 빨갱이라니. 내가 물었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 아세요? 그는 모른다고 했고 연이어 내가 퍼부은 핀잔에 그가 대충 사과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상한 상태였다. 사람이 한 번 뱉은 말실수는 주워 담을 수 없다. 희생자를 기리는 마음이 빨갱이라면 나는 누가 뭐래도 기꺼이 빨갱이로 남겠다. 월드컵 때 빨간 티셔츠 한 번 입어본 적 없는 내게 빨갱이라니 도대체 그들이 믿는 ..

카테고리 없음 20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