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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을 사며

한 노인이 낡은 등산용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그의 앞에 놓인 더덕 한 봉지어르신~얼마예요?자다 깬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만원!돈을 지불하고 투명비닐에 당긴 더덕을 집어 드는데노인이 주머니에서 검정 비닐봉지를 꺼내 담아주려 한다괜찮습니다. 가방에 넣죠.물건은 두고 돈만 드리고 싶었으나궁색하지만 물건을 앞에 놓고 비닐봉지까지 준비하고 있는 마음을 걸인으로 격하시키고 싶지 않았다.낡고 지저분한 옷차림에 묻은 고생의 표정들을보는 순간 코끝이 찡했다돌아서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물건은 내가 샀는데 왜 내 마음이이토록 쓰리고 저미는 건지순간 부는 바람에 눈이 매웠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28

늙어간다.

한때는 사람들이 십 년을 젊게 볼 정도로동안이었는데 가끔 거울을 보면 거뭇거뭇 기미가 보이고 늙어간다.인간은 늙고 병들고 결국에는 죽는다.겉멋 부릴 나이는 지났다.매일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단정하게 나이 들자. 주책 부리지 말자.자유도 지나치면 꼴불견이 된다.정치적 식견 없는 고집불통 늙은이가 되지 말자.나이가 많다고 세상살이에 능통한 게 아니고나이가 많다고 지식과 상식이 많은 게 아니다.패션도 말도 행동도 적절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나이 들수록 참을성이 사라진다.분노를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허세가 있어도 안 되지만 모든 것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적어도 세상에 무지하고 교만한 늙은목사들처럼 자신의 돈 아까워하고 남의 돈 아까운 줄 모르는배부른 돼지는 되지 말자.나이가 벼슬이 아니다.과거를 자랑하지 ..

카테고리 없음 2024.11.20

조문

후배의 어머니가 소천하셨다. 식당 텔레비전에 어머니와 후배의 어머니 생전 함께 찍은 사진들이 나온다. 일상과 병상에서도 많은 사진들을 남겼다. 사진들을 보면서 행복한 날들이었다 싶기도 하면서 가슴 한편이 아리다. 나는 어린 날을 제외하고는 성인이 돼서 어머니와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다. 어머니 투병 중이던 병상에서도.. 후배의 어머니는 병상에서도 아들과 행복한 웃음을 짓고 계셨다. 한평생 소풍 왔다 떠난 천상병 시인의'함박웃음처럼 후배 어머니의 영정 사진도 함박웃음이다. 후배 우진은 연극배우이다. 이제 어머니의 생애라는 한 편의 연극이 끝나고 아들은 객석에서 운다. 나도 덩달아 운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08

울화통

화가 치밀어 오르면 몸이 아플 수 있다. 흔히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고 하는데 이유는 몸에서 열이 나기 때문이다. ‘열받는다’라는 표현은 우리가 화가 날 때 몸에서는 열을 내는 생리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고, 이렇게 생겨난 열이 해소되지 않을 때 우리 몸의 체온은 분노라는 감정에 반응해 급격하게 상승한다. 이렇게 상승한 열기가 더 이상은 오를 곳이 없어 한 곳에 쌓이기 시작하면 이로 인해 가슴과 머리에 압력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몸살, 위염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화병은 주변의 미친놈들로부터 야기된다. 나는 가끔 걱정한다.이러다 내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건 아닐까?암이나 걸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hot under the collar 극도로 화가 치밀다. = extremely engry

카테고리 없음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