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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이유

이유도 없이 빤히 쳐다보는 어르신 때문에 기분 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연세안과의원 김성호 원장은 “사회성이나 교양이 줄어들어서가 아니고, 시력이 전에 비해 나빠져서”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이 떨어지고 수정체가 혼탁해져 사물을 식별하는 능력이 감퇴한다. 기분이 상한 상대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사과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타이밍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늙으면 왜, 사람을 빤히 쳐다볼까요? 인간은 다른 존재를 감별하고자 하는 강박이 있다. 피아식별(彼我識別)이 잘돼야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태생적 생존 본능 때문이다. 다가오는 사람이 내 친구인지, 빚쟁이인지, 아니면 엄청 화가 나 있어 누구라도 걸리면 한 방 날릴 것 같은 사람인지 알아차리려면, 일종의 뇌 스캐닝이 ..

카테고리 없음 2024.03.15

계급천장

계급천장/샘 프리드먼, 대니얼 로리슨의 책이다. 책은 금수저의 특권에 대해서 논한다. 예를 들어 가수 장기하, 싸이 이들의 공통점은 부모들의 직업이 CEO라는 것. 성공을 위해 버티는 힘도 결국은 부모의 재력에서 나온다는 것. 부모가 자식의 은행이 되는 셈이다. 예컨대 방송이나 연기자처럼 불안정한 단기계약과 저임금을 견뎌야 하는 직종에서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해 가며 기약 없는 오디션을 기다리거나 소모적 캐릭터를 거절하거나 모두 든든한 배경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예전에 영화사에서 내 밑에 있던 동생의 당시 홍대 근처 자취 공간도 방이 2개 거실도 있는 쾌 넓은 주거지였다. 물론 월세도 부모의 지원이었다.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금수저나 은수저들의 특권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부모지원받고 사는 애들은 애..

카테고리 없음 2024.03.10

갈릴리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 돌아가고 계절이 변했을 뿐이다 꽃피기 시작하는 봄날에 한 사내가 맨발로 강가에 서있다 햇살이 창끝처럼 옆구리를 찌르는 오후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강물에도 저렇게 파도가 있었나 물결이 출렁일 때마다 검은 때가 쓸려나갔다 사내가 맨발로 물 위를 걸었다 한 무리의 사내들이 다가와 물 위를 걷던 사내에게 누구냐고 물을 때 사내의 눈은 푸른 강처럼 고요했다 내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아라 '도마'라는 사내가 그의 옆구리를 만질 때 비로소 사내들은 그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08

내 고향 말미

나의 고향은 고작 길 건너에 있다 기차표를 끊지 않아도 버스를 예매하지 않아도 그저 횡단보도 한 번이면 갈 수 있는 곳 그러나 그곳에 고향은 없다 산들이 깎여나갔고 뛰놀던 언덕도 친구들과 야구시합을 하던 운동장도 그때의 맨흙이 아니다 숨 쉴 수 없는 땅 세상은 콘크리트로 흙을 덮고 산다 소울음 울던 목장도 사라졌고 촌스러운 이발소도 기억 속에만 살아있다 사람에게 맞고 울던 소의 커다란 눈망울 이발소에 걸려있던 밀레의 '만종' 입이 심심할 때는 '싱아'와 '까마중'이 우리의 간식거리 개나리 노랗게 물들인 동산도 그 많던 해바라기도 꿈처럼 가물가물하다 밤만 되면 떼 지어 이동하던 족제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름날 학교에서 오는 길에 우물가 마중물이 없어도 팔을 몇 번만 움직이면 펌프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기..

카테고리 없음 2024.03.07

중국과 한국의 차이

중국과 한국. 두 나라 모두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과 다른 게 있으니 민족성이다. 중국은 끊임없이 그때의 수치를 생각하며 항일영화를 만든다. 그러나 한국은 고작 '건국전쟁'에 눈을 돌리는 천박하고 무식한 지적 상태. 그게 한국의 현재 모습이다. 항일을 말하면 좌파로 몰리는 논리 없는 수구꼴통들의 세상. 행정안전부의 3.1 운동에 대한 설명도 모든 게 엉터리 거짓문구. 왜 나이 먹고 돈 좀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저 모양일까? 우리가 기려야 할 사람들은 이승만이 아니라 김구와 안창호를 기억하고 박정희가 아니라 장준하와 안중근 같은 열사들을 기려야 하는 게 아닐까? 목사들도 마찬가지다. 단지 이승만이 기독교라는 이유하나로 두둔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06

오래된 이야기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루하루가 꾀죄죄해지는 단칸방에서 엄마의 마지막 뒷모습을 생각한다. 연락도 닿지 않는 그리운 곳이 어느 동네인지도 모르고 가끔 나 몰래 다녀간 엄마의 편지 그 옆에 청포도가 있었다 엄마는 남겨진 아들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가정의 날 부르는 찬송가는 남의 이야기 나에게 그 가사들은 거짓말이다 술과 하나가 된 아버지는 쌀독을 채우는 대신에 술값으로 쌀독을 비워나갔다 엄마도 떠나고 나면 손에 닿지 않는 별들과 같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가르쳐준 별자리를 세던 여름밤 엄마도 별을 보고 있었을까 일산 어디선가 엄마를 봤다는 소식 어느 단체사진 속의 엄마가 유일한 단서 아버지는 엄마를 찾아가 빌었다 아버지의 월급봉투는 자주 노름판에 머물러 빈손으로 귀가하는 날 많았다 술과 노름을 끊겠다는 때..

카테고리 없음 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