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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말미

daywalker703 2024. 3. 7. 09:50

나의 고향은 고작 길 건너에 있다

기차표를 끊지  않아도
버스를 예매하지 않아도

그저 횡단보도 한 번이면 갈 수 있는 곳

그러나 그곳에 고향은 없다
산들이 깎여나갔고 뛰놀던 언덕도
친구들과 야구시합을 하던
운동장도 그때의 맨흙이 아니다

숨 쉴 수 없는 땅
세상은 콘크리트로 흙을 덮고 산다

소울음 울던 목장도 사라졌고
촌스러운 이발소도 기억 속에만 살아있다

사람에게 맞고 울던 소의 커다란 눈망울
이발소에 걸려있던 밀레의 '만종'

입이 심심할 때는 '싱아'와 '까마중'이
우리의 간식거리

개나리 노랗게 물들인 동산도
그 많던 해바라기도 꿈처럼 가물가물하다

밤만 되면 떼 지어 이동하던
족제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름날 학교에서 오는 길에 우물가
마중물이 없어도 팔을 몇 번만 움직이면
펌프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기억 속에는 또렷하게 펼쳐지는 곳
꽃과 나무와 동산에 잠자리와
나비가 날아다니던 곳

돌아갈 수 없다
지나간 달력의 봄볕 같은 한 장




* 말미 : 옛날 산에다 말을 많이 먹였다 해서  
   붙여진 이름, 한자는 마산동(馬山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