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그대로 돌아가고
계절이 변했을 뿐이다
꽃피기 시작하는 봄날에
한 사내가 맨발로 강가에 서있다
햇살이 창끝처럼 옆구리를 찌르는 오후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강물에도 저렇게 파도가 있었나
물결이 출렁일 때마다 검은 때가 쓸려나갔다
사내가 맨발로 물 위를 걸었다
한 무리의 사내들이 다가와
물 위를 걷던 사내에게 누구냐고 물을 때
사내의 눈은 푸른 강처럼 고요했다
내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아라
'도마'라는 사내가 그의 옆구리를 만질 때
비로소 사내들은 그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