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도 없이 빤히 쳐다보는 어르신 때문에 기분 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연세안과의원 김성호 원장은
“사회성이나 교양이 줄어들어서가 아니고, 시력이
전에 비해 나빠져서”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이 떨어지고 수정체가 혼탁해져 사물을 식별하는 능력이 감퇴한다. 기분이 상한 상대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사과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타이밍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늙으면 왜, 사람을 빤히 쳐다볼까요?
인간은 다른 존재를 감별하고자 하는 강박이 있다.
피아식별(彼我識別)이 잘돼야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태생적 생존 본능 때문이다. 다가오는 사람이 내 친구인지, 빚쟁이인지, 아니면 엄청 화가
나 있어 누구라도 걸리면 한 방 날릴 것 같은 사람인지 알아차리려면, 일종의 뇌 스캐닝이 필요하다.
대뇌의 기억창고를 뒤져서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가려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나이가 들수록 느려진다. 게다가 지나온 세월만큼 자료도 방대하니,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혹시 이유 없이 빤히 쳐다보는 어르신을 만나도
놀라거나 불쾌해하지 말자. 그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어작용일 뿐이다.
그렇다고 안쓰러운 마음에 부드러운 미소를 날리는 것까지는 삼가길 바란다. 어르신이 또 한 번
혼돈에 빠질 수 있으니. ‘앗, 아는 사람이던가?’
출처 _경향신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