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오래된 이야기

daywalker703 2024. 3. 4. 18:07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루하루가 꾀죄죄해지는 단칸방에서
엄마의 마지막 뒷모습을 생각한다.

연락도 닿지 않는 그리운 곳이
어느 동네인지도 모르고
가끔 나 몰래 다녀간 엄마의 편지
그 옆에 청포도가 있었다

엄마는 남겨진 아들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가정의 날 부르는 찬송가는 남의 이야기
나에게 그 가사들은 거짓말이다

술과 하나가 된 아버지는
쌀독을 채우는 대신에 술값으로
쌀독을 비워나갔다

엄마도 떠나고 나면
손에 닿지 않는 별들과 같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가르쳐준 별자리를 세던 여름밤
엄마도 별을 보고 있었을까

일산 어디선가 엄마를 봤다는 소식
어느 단체사진 속의 엄마가 유일한 단서

아버지는 엄마를 찾아가 빌었다

아버지의 월급봉투는 자주 노름판에
머물러 빈손으로 귀가하는 날 많았다
술과 노름을 끊겠다는 때늦은 다짐

2년 만에 엄마를 보고 달려가는 동생과 달리
나는 굳은 채 엄마에게 한마디 건넸다

안녕하세요?


훗날 어머니가 병상에서 죽기전에
그날을 말했다

그 안녕하세요?가
엄마가슴에 대못처럼 박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