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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사라지면

daywalker703 2023. 8. 9. 17:46

폐결핵이 끝나고 다시 신장내과.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아버지의 한쪽 신장은
기능을 상실했다는 의사의 말
아버지와 나는 어려서부터 관계형성이
원만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
문득 직장암에 걸렸을 때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던 아버지의 눈빛이 생각난다.
사실 나는 아버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아버지 상도 아니지만
이 나이에 부자지간을 부인할 수도 없고
아버지의 육신은 이미 마감을 앞두고 있다.
거무튀튀해진 미간, 평생 권투시합을 즐겨보더니
죽어가는 나이에도 하루종일 격투기를
시청하는 것도 진저리가 난다.
평생에 취미하나 갖지 못한 인생
평화롭지 않은 정신상태. 분노조절장애
아내를 일찍 잃고 오래도록 홀아비로 사는 외로움은
눈으로는 보지만 그 심경은 내가 짐작만 할 뿐
본인만큼은 아닐 것이다.
아버지가 죽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평생 족쇄 같았던 존재.
그래도 아버지 덕분에 먹고 자랐다.
어머니 가시기 전에도 술은 아버지를
지배했지만 어머니 가고서도 여전히
술에 취해 한때 10년이 넘는 세월을
밤새 술주정 할 때 나는 내 목에 칼을 들이댔다.
저 인간을 아버지로 두느니 내가 죽어야지.
그리고 그때쯤 태어난 조카.
그 핏덩이를 안고 기도했을 때가 눈에 선하다.
나와 같은 미움을 간직하고 자랐을 동생에게 말했다.

작전에 실패하고 총을 놓은
군인을 탓하지 말자.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있는 건
아버지 덕분이다

술이 아버지를 지배하고 귀신 들린 듯
밤새 키득거릴 때 아버지의 머리를 잡고 흔들며
절규하듯 외쳤다.

사탄아 물러갈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