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토요일. 계절은 가을이었다.
바람이 좋아 의정부 회룡천에 나가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었다.
아래쪽 트랙에서는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그 옆에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인라인을 타는 아이를 보고 이런저런
간섭을 하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서로 모르는 사이. 인라인을 타는 아이 옆에는
아이의 엄마가 있었고 말을 거는 아이 옆에는
자전거가 보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자전거가 아이하고는 어울리지 않았다.
한쪽에는 인라인을 잘 타는 아이들이 있었다.
간섭하는 아이가 인라인을 타는 꼬마에게 말했다.
야. 저기 잘 타는 사람들을
따라서 해봐
그럼 너도 실력이 늘 거야
내가 보기에 아이는 인라인을 타는 아이를
부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물었다.
넌 이름이 뭐야?
인라인 안 타니?
저는 김현배예요
저는 인라인 스케이트가 없어요.
아빠한테 사달라고 해야지..
불현듯, 아. 질문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의 대답이 가슴을 때렸다.
아빠가 집을 나간 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안 오세요
어디 갔냐고 내가 물었다. 아이가 대답했다
돈 번다고 나가셨는데
소식이 없어요
엄마는 아프세요
이 동네 아파트에 사냐고 물었다.
아뇨
저는 저기 다른 동네 살아요
인라인을 타는 꼬마가 자꾸 넘어지는 게 보여
꼬마에게 기본자세를 가르쳐줬다.
꼬마의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아이가 내게 물었다.
아저씨는 스케이트 잘 타세요
응. 아저씨는
얼음에서 타는 스케이트
그거 잘 타지
교회 다니니?
아이에게 한참을 전도를 하니 아이가 물었다
아저씨는
교회 사장님이에요?
교회는 사장님은 없어.
목사님이 있지
일요일마다 교회 가서
아빠 돌아오게 해 주세요.
기도해 봐
아이가 물었다.
헌금 없는데 가도 되나요?
응~ 가도 돼.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분이야.
아이가 물었다.
아저씨 태권도 할 줄 아세요?
그럼. 아저씨는 검은띤데
저는 파란 띤데
엄마가 돈 없다고
그만 다니랬어요
마음이 아파서 아이에게 물었다.
아저씨가 호신술 가르쳐줄까?
아이는 신나는 표정이었다.
한참을 놀아주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자전거 니 거야?
아무래도 어른의 자전거 같아서 물었고
아이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아뇨. 잠금장치 없길래
그냥 타고 왔어요
내가 웃으며 물었다.
훔친 거네?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자전거 없니?
형 거 있는데 한 번 탔더니
형이 때렸어요
말없이 아이의 머리를 만져주고 함께 벤치에 앉아,
챙겨 온 빵과 주스를 아이에게 건넸다.
남의 물건 훔치면 안 되는 거야.
자전거 주인은
자전거 없어져서 속상하겠지?
자전거 다시 갖다 놓을 거지?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빵과 주스를 먹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