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머니 살아계실 때의 일화.
동대문역 환승통로를 어떤 여자가
자기의 아들 손을 잡고 빠르게 걷고 있다.
아이는 힘겹게 공중에 발이 뜨듯 따라가고
여자는 아이에게 빨리 걸으라고 질책을 한다.
이때 나의 어머니가 아이의 엄마에게
한마디를 쏘아붙인다.
아이가 다리 컴퍼스가
다른데 어떻게
엄마 속도를 따라가요?
엄마가 아이 속도에
맞춰야지
백번을 되새겨도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요즘은 애나 어른이나 휴대폰에 눈을 붙이고 사느라
장님처럼 다닌다. 거기다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휴대폰 보느라 신호등도 못 보고 건너는 일허다하고
이어폰을 꽂고 있으니 클락션 소리도 못 듣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차에 치어 죽는 사례가
세계 어디서나 흔하게 벌어진다.
지하철 승강장 홈이 넓은 경우 아이들의
발이 빠지는 사고가 잦다는 뉴스를 봤다.
그 후 타고 내리는 아이들을 관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살피지 않고
건성으로 손을 잡는 둥 마는 둥 허둥지둥
내리는 여자를 봤다. 바로 그 순간
승강장 홈으로 빠지는 아이.
나는 당황하지 않고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아이의 후드티 목부분을 잡아채 올렸다.
표정은 고요했고 동작은 빠르고 간결했다.
아이의 엄마가 그제야 아이를 챙기며
대충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다.
사실은 뉴스를 보고 다짐한 게 있었다.
만약 내 앞에서
아이의 발이 빠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이의 몸이 빠지기 전에
반드시 건져내겠다
검도를 하면 눈과 손이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