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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daywalker703 2024. 4. 9. 07:26
김구나 신익희 같은 독립운동가들도
대통령 한 번 못하고 죽었는데
저런 새끼가 무슨 대통령이라고,

아버지가 윤석열을 두고 자주 하는 말이다.
아버지는 윤석열의 생김새나 건들거리는
그의 태도를 싫어한다.
38년생인 나의 아버지는 좋은 가장이었거나
훌륭한 아버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천성이 인정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거 하나로 좋은 남편이 되거나
좋은 부모가 될 수는 없다.
그나마 내가 다행으로 생각하는 점은
아버지의 역사적 식견은 깨어있다는 것
가끔 뉴스에 현혹되어 엉뚱한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나이 탓으로 넘겨도 될만하다.
아버지는 박정희를 좋아하지도 않고
전두환을 싫어했으며 이명박도 싫어했다
태극기를 흔들고 다닌 적 없고
젊은 시절에는 복싱경기 시청을 즐기고
지금은 UFC를 하루종일 시청하는 탓에
가짜뉴스들에 세뇌될 틈도 없었나 보다
일단 정치적으로 나와 대립하지 않고
가끔 뉴스보고 엉뚱한 소리라도 하면
내가 바로 교정해 준다.
분별없는 사고로 우기지 않으니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노인들은 대체로 어리석고 매너가 없다
어쩌다 내가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한다

밖에 나가서 남에게
함부로 반말하지 마세요

아버지의 대답은 이렇다.

난 3살만 넘으면 존댓말해

젊은 날 술과 노름이 아니었으면 아버지는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버지었을까?
마지막 선거조차 힘겨운 노인에게 던지기에는
너무 늦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