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퇴직할 때쯤 되면, 막내 순경도
비리 저지른 검사를 보면 소환해서
수사하는 세상이 될 줄 알았어.
그런데 그 당연한 장면을 못 보고 나가겠네.
그건 상식 아냐? 검사는 특권층이야?
왜 뻔하게 잘못한 게 보이는데
그 사람들은 수사를 못하게 하냐고? 왜?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게 팔다리
묶어 놓고 하는 일은 또 전부 다 보고하래.
검사에게 보고하다가 수사 못할 지경이야.
보고를 하면 뭔가 정답을 주나?
검사가 수사에 대해서 뭘 알겠어.
사법시험 합격해서 이제 고작 몇 년
근무한 젊은 검사가 삼십 년 가까이
현장을 쓸고 다닌 나를 지휘한다고? 지휘?
검사가 수사전문가라고?
강력사건 현장에 한 번도 나와보지 않고
어떻게 수사를 할 수 있지?
이름만 '수사전문가'라고 우기면 전문가 되는 건가?
검사는 법률가지 수사전문가가 아니야.
현장을 보고 발로 뛰면서 수사를 하는
형사들이 진짜 수사전문가지.
내가 어제 신문 읽다 보니 이번에
신임순경이 1700명인가 합격했더라고
그중에 수석한 사람 인터뷰를 보니까.
시험 준비하면서 경찰차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그랬대. 그 친구 형사가 되서
어려운 사람 도와주고 싶다고 그렀다던데
진짜 기특한 후배지.
그런데 그런 마음 가지고 경찰 들어와서
마주치는 현실은 완전히 달라.
그 정의감, 그 열정이면
반드시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할 수 밖에 없어.
그게 지금 우리 경찰의 현실이야.
삼십 년 일한 내가 느끼는 거대한 벽인데
이제 곧 제복을 입게 될 친구가
그 벽 앞에 섰을 때 어떤 기분이 들겠냐고?
난 그 친구들에게 형사 하라는 말
차마 못하겠다.
형사만은 하지 마라.
그냥 차라리
그렇게 말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