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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하루

daywalker703 2023. 6. 28. 14:00

군 복무 시절. 전역을 앞두고
나른한 주말오후. 딱히 할 일 없어
책이나 읽고 있을 때
2주 차이 친한 후임 반장이 다가온다.
(팀장을 반장이라 호칭)

"박반장님 뭐 하십니까?"
"심심한데 겨루기나 하시죠."

귀찮은데 자꾸  보챈다.

"아. 운동삼아 한 판 하시죠"

마지못해 책을 덮고 연병장으로 나갔다.
야인시대의 건달들처럼 폼을 취하고
마주 본다.

몇 차례의 공수가 오가고
빈틈을 노려 빠르게 뒤돌려차기
(뒤 후리기)로 후임 반장의 턱을
살짝 날린다.

이때 멀리서 후임병들이 외친다.

"식사들 하십시오"

내가 대답했다.

"어. 그래. "
"윤반장~밥 먹으러 가자."

입가에 피를 닦는 윤반장.
약이 올라 장난스럽게 말한다.

"아. 뭡니까? 졸다고 피나는데
밥 먹으러 갑니까?"

내가 달래며 말했다.

"빨리 와. 배고파"

후임반장이 피를 닦으며 투덜거린다.

"괜히 하자고 그랬네"

옆에서 웃는 후임들에게 장난스럽게
화풀이를 한다.

"선임 맞았는데 웃어?"

서로 깔깔거리며 식당으로 흩어진다.
한때 즐거웠던 청춘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