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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할아버지

daywalker703 2023. 6. 20. 20:08

아버지의 고모부를 일컫는 호칭으로
'대고모부'라고도 한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고모할머니 댁에
가면 할아버지는 학자인 탓에
언제나 2층 서재에서 책을 읽고 계셨다.

독수리 박재. 대리석 재떨이.
삐걱이는 나무계단과 마룻바닥의
일본식 가옥.
나는 어렸던 탓에 계단에서 자주
굴러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는 당시 국립 공업연구소장
고) 이범순 박사.
(고려대·한양대·인하공대·춘천농대·
서울공대·전북대공대의 교단에 섰었고
교통부·특허국·조달청·표준국·계량국에
관계하기도 했으며 63년에 국립공업
연구소장에 임명되었다.
같은 해에 삼일문화상을 탔고
64년엔 명예공학료의제조법 등
4개의 특허등 신기술개발에 공헌한
사실이 인정받았고 제지공업 연구로
국내 처음으로 흰 종이를 개발하였다)

지금은 A4용지의 백지가 흔하지만
할아버지가 국내 최초로 백지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갱지로 불리는
누런 재생지가 전부였고 학교의
시험지도 필름지에 철필로
글씨를 긁어 쓰고 등사기로 찍어내는
방식이었다.

하루는 인사를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서 인사를 받지 않았다.
아주 어려서부터 시시비비가 분명했던
나는 분하고 억울해서 울며 외쳤다.

"인사 괜히 했어.
하부지 인사받지도 않는데
인사 괜히 했어"

나의 울부짖음에 어른들이
전부 나와서 나를 달랬고

할아버지는 당장 책을 덮고 나와
"아이고 내 새끼" 하며 조카손자인
나를 안아주셨다.

당시 나의 나이 대여섯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