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다. 임대인이 전세금을
갑자기 올려달라고 했는데
이런 하필이면 지갑이 빙하기를 지날 때
사정을 안 교회 재정부의 후배집사가
물었다.
"형님 구휼 프로그램 있는데
신청해 볼까요?"
평소 내 성격을 아는 동생이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상황이 자존심 따질 시기가 아니라
마지못해 수긍하는 듯 말끝을 흐렸다.
"2달 후 줄 수 있어. 200만 원이면 되는데."
"한 번 신청해 볼게요."
"고마워"
며칠 뒤 집사에서 목사가 된 협동목사께서
전화가 왔다.
"집사님 태균집사한테 얘기 들었고
담임목사님께 얘기했더니..
저.. 그게.. 막일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그러시네."
"아. 그래요?"
순간 열이 훅 ~올라왔다.
김상렬 목사가 3대 담임으로 부임 후
교회 심벌로고를 새로 만들고 싶다 하여
후배집사가 내 전공을 말하는 통에
등 떠밀기식으로 떠밀려서 교회의
심벌로고를 디자인해 줬고
내친김에 카페를 만든다 하여
카페의 네이밍과 심벌로고를 일체형으로
디자인해줬다. 디자인 비용이야
디자이너가 책정하기 나름이라지만
그래도 시가 500만 원 정도는 된다.
그러나 하나님께 재능을 드리는 마음으로
무료봉사. 이게 참 웃긴 게 시각디자인보다
하위 개념인 카페 인테리어팀들은 유료
나는 교인이라는 이유로 무료.
감사표시로 하다못해 상품권 한 장 없었다.
그런데 그런 내게 한다는 소리가
"막일을 하라니"
괘씸했다.
일을 잠시 놓았던 시기라 가뜩이나
힘든데 담임목사에게 화살을 맞은 꼴
마침 장사를 하는 군대 후임이
디스크로 입원하는 통에
대신 가게를 봐주다가 가스로 인한
화상을 입고 양팔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성가대가 병원비를 보탰을 뿐
상처가 낫고 나서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마주쳤을 때 담임목사는
어쩔 줄 몰라서 내 눈을 바로 보지
못했다.
한마디가 목까지 울컥했다.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냐"
Bite the hand that feeds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