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키우던 선인장은 엄마를 따라 목숨을 끊었다.
죽지 않았다고 아버지는 소리쳤지만
분명하게 선인장은 죽었고
다음날 선인장이 뽑힌 빈 화분만이
여기 선인장이 있었다는 증거가 될 뿐
엄마도 엄마가 좋아하던 선인장도 사라졌다.
유럽으로 떠난 어느 겨울.
헝가리의 아파트에서 게발선인장을 만났다.
꽃잎이 붉은 게발선인장.
나를 반겨주는 것 같은 착각
창밖에는 눈이 수북이 내리고 있었고
나는 낯선 타국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헝가리의 겨울밤 거리는 추웠고
낮에는 볼품없던 풍경이 밤에는 금빛으로 아름다웠다.
유람선의 앞자리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한강에 뿌려진
엄마의 마지막 유언을 생각했다.
살아서 여행 한 번 못했으니
내가 죽으면 강물에 뿌려줘.
전 세계로 떠나고 싶어.
엄마는 여기까지 흘러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