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은 원래는 어머니의 날.
어버이날에 꽃을 사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까지야 꽃이라도 기특하겠지만
성인이 돼서 그깟 형식적인 겉치레의
카네이션이 무슨 수로 부모의 노고를 위로할까?
어머니 살아계실 때 선물을 몇 번이나
드렸을까 생각해 보니 고작 핑크색 반팔 티셔츠 한 장.
그 흔한 립스틱도 사드린 적이 없다.
미인에 속하는 분이라 화장은 안 하셔도
립스틱은 사용하셨는데 내 생각은 짧았다.
첫 해외방문지였던 캐나다의 몇 개월을
지나 돌아올 때 어머니께 필요도 없는 향수는
결국 어머니 가시고 아버지가 방에 뿌리는 방향제로
그 쓰임을 다했다.
어머니를 조용히 가슴에 모셔두기까지
겨우내 얼은 계곡의 물이 녹아 흐르듯
눈물의 시간은 길고 길었다.
간신히 평온해질 무렵 거울을 보니
어느새 내가 어머니 가실 때의 나이가 되어있다.
그리고 손바닥에 오랫동안 박혀있는 가시처럼
남아있는 아버지.
아버지는 하루하루 무슨 생각을 할까?
어느 날 내가 물었다.
아버지
엄마 천국에 계신데
아버지 죽어서
엄마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버지가 죄인처럼 대답했다.
나야 모르지
그 한마디는 모든 회한이 담겨있는 듯 측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