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는 단어가 무의미할만큼
비가 이어지는 날들. 어쩌면 우리도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 걸까?
그 여름도 비가 짙게 내리던 날이었고
어머니의 담당 인턴과 병원 현관에 서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남이세요?
....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될 것 같아요.
인턴이 피워 문 담배연기가 향불처럼 흩어졌다.
년일까요?
달일까요?
알면서도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달이죠
아마 몇 달 못 사실 겁니다.
사형선고. TV드라마 같은 대사였다.
한참을 울다가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바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꺼낸 말
엄마 죽는대요
수화기너머 아버지의 침묵
비처럼 쏟아지는 원망을 토했다.
비처럼 흐느끼면서
엄마
왜 고생시켰어요?
왜?
1998년 6월. 빗소리 거칠게 울던 날이었다.
내가 서있는 곳에서, 아버지가 있는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