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말에
아버지는 3일간 곡기를 끊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예전에 아버지의 고모부는 당시 서울대 교수 출신에
한국 국립공학연구소 소장이었다.
고모할아버지는 조카인 아버지를 제지회사에,
큰아버지는 동아출판사에 취직시켰다.
큰아버지는 다니다 그만두고 과일행상을 했지만
아버지는 정년퇴직까지 일을 했고 개근상도 받았다.
아버지가 받던 보너스는 600% 정도로 기억한다.
당시 국제그룹의 양 회장은 계열사 직원복지에
꽤나 신경 쓰던 분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받는 보너스의 퍼센티지는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직장 초년시절 아버지는 말했다.
대학 나왔는데 보너스 600%도 안 줘?
모든 기준은 아버지의 세상이 준 잣대였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어떤 존재일까?
아버지는 가정에 충실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나 역시 아버지가 망쳐놓은 환경에
부모가 원하는 아들은 되지 못했다.
나이 들어서 부모나 환경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어머니 가시고 홀로 남은 아버지 앞에서
"아들은 무조건 불효자입니다". 하기도 싫었다.
그러나 한해의 끝에서 중년이 된 아들의 퇴직은
굵은 못이 되어 아버지의 가슴 한복판을 찔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