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놀던 운동장은 지금은 잘 꾸며진
체육공원이 되었다.
그 근처가 내가 자란 고향이다.
그곳은 아직도 과거에는 산자락이었음을 말하듯
나무들이 둘러서 있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아름답던 내 고향 마을이 선명하고
지금의 체육공원은 고향의 일부지만
나는 애써서 그곳에 가지는 않는다.
나는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일까?
한 번쯤 돌이켜보면 엄마의 매를 피해 도망가던 길이다.
교회에서 받은 선물들을 한 아름 들고 오던 길이다.
친구들과 야구를 했던 공터이다.
다방구 놀이와 술래잡기를 했던 마을이었다.
방공호에 올라서면 구름이 손에 닿을듯한
하늘이 있던 곳이다.
그 언덕에서 우산을 펴고 낙하산이라고 여기며
뛰어내리던 곳이다.
아버지가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던 곳이다.
작은 동산아래 있던 마을의 이야기가
재개발의 역사에 묻힌곳이다.
기억에 묻어두고 싶은 고향이다.
지금 내가 사는 근처에 있는 것으로 족하다
고향은 가까이에서 나를 기억한다.
나도 가까이에서 고향을 기억한다.
우리는 가끔 만나서 가만히 서로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