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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귀가 없다

daywalker703 2024. 8. 8. 07:13

혜화역을 나오면 돌로 만든 조각품이 있는데
대나무를 표현했고 거기에 입이 있다.
제목은 '아버지' 듣지 않고 대쪽 같은 성격에
자기 말만 한다는 뜻이 분명하다.

아버지가 북어포에 술 한잔을 하시길래
북어포를 기름에 튀기고 접시에 담은 뒤
참깨 흑임자 드레싱을 같이 드렸다.
아버지는 드레싱이 맛있었는지 내게
이게 뭐냐고 물었다.
대답을 하려는데 내 말은 들으려고도 안 하고
마요네즈 같은 거냐고 다시 물었다.

병째로 가서 보여드리고 패키지에 쓰인
글씨를 보여드렸는데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수 없이 참깨하고 흑임자 소스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귀도 어둡고 리액션이 없길래
알아들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이렇다.

알아들은 걸 떠나서
내가 들으려고를 안 해
듣는 것도 귀찮아.

내가 답했다.

그럼 뭐 하러 물어봐요?


그러다 뉴스에서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의
이슈가 나오는데 그게 궁금했는지
아버지가 내게 사건의 경위를 묻는다.
내가 물었다.

대답해도 귀찮으니까
안 들을 거잖아요?

아버지가 답했다..

그래도 들어는 봐야지.

아버지의 청각은 선택적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