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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길은 아직도

daywalker703 2024. 4. 21. 13:48

젊은 날 데이트 코스길을 혼자서 걷는다
창경궁 담길 은 무심히 자리를 지켰나 보다.
사실 나는 혼자 걷기를 즐기지 않는다.
대신 가끔 자전거를 탄다.
종로는 여전히 꼴 보기 싫은 노인들의 동네
비가 오려고 하는지 하늘은 꾸물거렸다
40대까지 학생 소리를 들은 탓에
고궁 입장은 30대에도 청소년 요금을 냈다.
(내가 그런 게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받았다)
추억이 많으면 때론 마음이 힘들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거리구경하다가
중고서점에 들러서 책 한 권을 사고
중고서점에 없는 책은 종로서적에서 샀다.
웃고 있지만 친절하지 않은 남자직원.
요즘 세상은 건조하고 낭만이 없다.
아무런 추억도 없다는 듯 벤치에 앉아
사이먼&가펑클의 노래 한 곡에 마시는 커피.
나이 든다는 게 무언가 정신은 그대로인데
몸만 늙어가는 게 아닐까?
오래된 기억은 식은 커피처럼 쌉싸름하게
입안을 잠시 맴돌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