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건, 사람 사이의 자리가
조금씩 비어 가는 걸 지켜보는 일이다.
살갑던 친구나 깍듯하던 선후배들도
세월의 물살을 따라 하나둘 멀어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사소한 오해가 시발점이 된다.
제 앞가림에 갇혀 타인의 속내를 미처 살피지 못하고,
상대의 고단함을 헤아리지 못한 탓이다.
그러다 서로의 마음이 어긋나 매듭이 생기면
관계는 서먹해진다.
젊을 적엔 그 매듭을 풀어보려 애를 썼겠지만,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한다.
늙는다는 건 굳이 그 뻣뻣한 매듭을 비틀어 풀려다
손가락 끝에 상처를 내지 않는
지혜가 생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해라는 것이 어디 한 사람만의 잘못이겠는가.
내 실수일 때도 있고 상대의 허물일 때도 있다.
그저 어느 한쪽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면,
훗날 상대가 "아, 저 사람이 내 허물을 알고도
눈을 감아주었구나" 하고 깨닫는 날이 오기도 한다.
그렇게 소리 없이 매듭이 삭아 없어지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다.
사람은 그렇게 조금씩 성숙해진다.
하지만 매듭을 풀고 살든 엉킨 채로 두든, 결국
마주하는 진실은 인간은 누구나 혼자라는 사실이다.
그 고독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걷는 것이 인생이다.
이해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오해의 숲에 그대로 머물 것인가.
그 선택 또한 오롯이 혼자 짊어질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