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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 대하여

daywalker703 2024. 12. 30. 07:36

얼어붙은 밭에 배추들이 널브러져 있다.
거둘 때가 지났는지 배추들은
시퍼렇게 동상을 입고 있었다.
근처 비닐하우스 앞에 묶여있던
때 묻은 개는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는다.
항상 굳은 찬밥만 있는 양푼그릇이 안쓰러워
사료를 구매한 후 가끔 그릇에 담아줬지만
남은 사료는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문득 어릴 적 키우던 개들의 이름이 생각났다.
유년에 잃어버린 '쫑'을 시작으로
성은 개요 이름은 나리. 합쳐서 '개나리'
나리의 새끼들은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듯
'둥실이' '둥돌이'
그리고 토종진돗개 황구까지.
엄마와 함께 개 이름 짓는 재미가 있었다.
나리였는지 둥실 이었는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화단에 뿌려진 농약을 물인 줄 알고 마신 후 죽었다.
기르던 개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힘겹다.
그 모습을 엄마와 내가 안타깝게 보고 있었다.
수돗물을 틀고 호스로 입에다 넣어줬지만 소용이 없었고
그때는 동물병원도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그 새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옆에서 놀고 있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개를 잡아먹었고
지금은 개를 기르다가도 버리는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