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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daywalker703
2024. 3. 27. 07:42
자다가 이가 몇 개가 빠졌어.
옥수수처럼 후드득 빠지더라고
아버지의 이 몇 개가 잠결에 빠졌나 보다.
심형래의 김 붙인 이처럼 "영구 없다"스러운
아버지의 치아가 슬픈데 웃기다.
젊을 때 키 크고 나름 잘생긴 얼굴도
세월 앞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게다가 몸관리를 술. 담배로 했으니
온화하고 멋지게 늙지 못했다.
눈감으면 세상고통 다 짊어진 얼굴
멋지고 인자하고 품위 있는 아버지를 바랐지만
욱~하는 기질을 가진 아버지는 가족을 힘들게 했다.
아버지는 쪼잔하진 않았고 사나이다운 면도 있었지만
밖에서 좋은 사람 소리 들어도
집에서 소홀하면 소용없다
아버지를 닮지 말자 수없이 다짐했지만
거울 속에는 아버지가 서있다.
그리고 이제는 거울을 닦아도
거울속에 사는 아버지의 모습이
점점 뒷걸음치며 희미해진다.